"자막을 보고 우체국에 2만원을 내고 디지털 컨버터를 신청했는데 3주가 넘도록 아무 소식도 없다."(서울 노원)
올 연말로 예정된 지상파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앞두고 디지털 전환을 안내하는 디지털방송 콜센터에 접수된 불만 민원 사례다. DTV코리아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디지털방송 콜센터는 아날로그방송 종료일이 가까워질 수록 가장 바쁜 곳이다.
이 곳에서 근무하는 15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8천건이 넘는 민원을 처리한다. DTV코리아는 KBS·MBC·SBS·EBS 등 지상파4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 홍보와 시청자 지원 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지난 2008년 설립됐다.
8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디지털 방송 콜센터를 찾았다. 점심시간 이후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였지만 80여명의 상담원이 쉬지 않고 전화를 받는데도 연결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30명이 넘었다. 새학기에 들어서면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대거 빠져나간 탓이다.
최근 들어 민원 건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본격적으로 시작된 TV 자막고지 때문이다. 정부는 지상파 직접 수신 가구 가운데 아날로그TV 만을 보유한 98만 세대에 대해 컨버터를 설치해주거나 디지털TV 구입 시 10만원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펴고 있지만 실적이 저조하자 이를 독려하는 내용의 방송자막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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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짜증은 고스란히 콜센터 상담원에게 돌아온다. 자막에 안내되는 번호를 보고 성난 시청자들이 항의 전화를 건다. "XXX아"라며 욕설을 퍼붓는 일도 다반사다. 상담원들은 이들의 화를 달래며 지원신청 방법을 자세히 안내한다.
문제는 자막고지를 보고 신청방법을 안내받아 정부지원을 신청해도 최장 석 달 가까이 기다려야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동안 TV를 시청할 때마다 종종 등장하는 파란 자막을 감수해야한다. 시청권 침해나 마찬가지다.
컨버터나 디지털TV 설치가 지연되는 이유는 일손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컨버터 설치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방문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달동네나 외딴 지역에 달랑 컨버터 하나를 설치하려 방문하기에는 인건비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신청자가 왠만큼 모아질 때까지 방문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임 모씨는 "지난달 중순 컨버터를 신청했는데 아직 받지 못해 화면을 가리는 자막을 계속 봐야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십분 남짓 콜센터 상담내용을 청취하는 동안 이와 유사한 내용의 민원이 두 건이나 나왔다.
DTV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두 달 동안 접수된 불만 민원 중 자막방송에 대한 민원은 총 3천건으로 48.4%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그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시청자들에게 더 큰 불편을 끼쳐야 지원 신청이 늘어날 것이란 판단 아래 앞으로는 자막 방송의 크기를 화면의 50%, 나아가 10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DTV코리아 측은 정부가 신청을 늘리기 위해 손쉬운 자막방송에만 의존한 채 50억이 넘는 예산이 확보된 면대면 직접 홍보는 게을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재우 DTV코리아 사무총장은 "정부가 방송사들의 자막방송에만 기대는 것은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손 안대고 코 풀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면서 "저인망식 면대면 홍보에 인력을 집중시켜 실질적인 디지털 전환을 유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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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링크 : "자막 치워"…디지털 전환 콜센터엔 '막말·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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