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5일 목요일

홈쇼핑, 소비자마음 울리지 말아야

홈쇼핑, 소비자 마음의 눈높이 맞춰야
쇼 프로그램과 광고의 접목...부풀리기·선정성 등 숙제
  최혜민(viridiun) 기자   
시계가 똑딱거리는 그 순간에도 세상에는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소비하기'란 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손'을 끌기 위해 광고는 나날이 화려해진다.

그 중 광고와 방송의 형태를 모두 갖춘 홈쇼핑 방송은 연간 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강력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케이블 방송 대부분 적자에 고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홈쇼핑 방송은 확실히 주목해 볼 만하다.

그러나 아직 홈쇼핑방송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 그 영향력에 비해 제도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홈쇼핑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 허점을 이용해 홈쇼핑을 이용해 물건을 사던 소비자들을 한순간에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 홈쇼핑 방송 장면
홈쇼핑방송은 상품판매방송으로 종합유선방송을 통하여 상품을 광고, 판매하는 것이다. 자기 소유의 매체를 이용하여 상품판매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체이용의 대가를 지불하는 일반광고와 구별된다.

처음 홈쇼핑방송은 1977년 미국 플로리다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최초로 무점포 판매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이 판매방식은 우리나라에도 퍼져 1995년 케이블방송의 출범과 더불어 LG홈쇼핑과 CJ(구 39쇼핑)홈쇼핑이 탄생한다. 그리고 2001년 방송위원회가 현대홈쇼핑, 우리홈쇼핑, 한국농수산방송을 추가로 선정함으로써 현재 5개사 경쟁체제가 되었다. 여기에다가 유사 홈쇼핑업체들을 추가하면 홈쇼핑 사업자는 헤아리기 힘들다.

'죽은'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소비

요즘 일반광고는 다양한 영상기호와 테크놀러지가 이용되어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흥미를 이끌어 낸다. 과거의 광고는 단순히 상품에 대한 설명과 서비스, 상품소개 차원에서 그쳤다. 그러나 현재는 상품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내용이지만 더 강한 인상을 주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켜주는 방법으로 변화하였다.

이 변화는 광고의 메시지가 점점 더 모호해짐을 뜻하고 소비자들에게 광고는 어려워진다. 결국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고 상품을 평가하고 선택하는 행위의 주체에서 밀려난다. 광고를 통해 상품을 이해하기란 힘들고, 광고 속에서는 상품에 대한 소개보다는 단지 어떤 이미지와 상품의 연결에 주력한다.

그것은 소비자가 깨닫기 전에 그들의 머릿속에 박히고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는 내내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하여 해석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리고 시장에서 상품을 선택할 때 그 상품이 자신에게 현재 필요한 품질과 성능을 갖고 있다는 것보다는 단순히 그 상품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통해 선택이 이루어진다.

그 이미지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주입된 것이다. 이 말은 곧 소비 행위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타자화' 되었음을 의미한다.

소비자 시선에 맞춘 눈높이 광고

홈쇼핑은 97년에 비해서 10배 이상 증가하였다. 전체 홈쇼핑 시장규모가 4조3천억 이상이 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홈쇼핑은 나날이 거대해지고 있다. 사회 속에서 '살기 어렵다'라는 한탄 소리가 가득한 이때 이런 홈쇼핑 방송의 성공은 더욱더 눈에 띈다.

바로 그 비결은 일반광고와 차별화된 광고 방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건은 자기가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며 구입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잡혀 있다.

재래시장을 찾아가 보면 단순한 판매자와 구매자로서 만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하면서 형성된 새로운 인간관계 아래 매매를 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고 그 정 속에서 흥정이 이루어진다. 이 정은 우리나라의 특별한 '덤'이란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단지 물건만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정과 함께 신뢰 또한 사간다.

그러나 홈쇼핑에서는 방송을 보면서 집에서 매매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인간적인 신뢰를 얻기란 힘들다. 이런 인식을 깨기 위해 홈쇼핑 광고는 일반광고와는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다.

우선 홈쇼핑방송은 쇼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 방송 쇼 프로그램처럼 쇼 호스트라고 불리는 몇 명의 MC와 방청객들로 둘러싸여 방송이 진행된다. 그리고 직접 방청객들 앞에서 상품을 이용해 본다. 음식이라면 직접 먹어보고 방청객들과 나눈다. 미용기기나 요리기구와 같은 것들도 직접 방청객들에서 한 명을 지목하여 그에게 직접 상품을 사용할 기회를 준다.

이런 형태는 방송을 보는 구매자들 자신이 직접 상품을 사용해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한다. 쇼처럼 즐기다가 상품을 직접 이용해보는 출연자들의 모습에 자신을 투영해 보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다른 점이라고는 쇼가 진행되는 동안, 화면 왼편에 큼직한 주문번호가 주문 마감 시간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홈쇼핑에서는 판매자의 위치에서 물건을 팔기보단 구매자의 시선에 그 눈을 맞춘다. 홈쇼핑은 화면을 통해 방영이 되는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하여 전화나 팩스 등으로 주문하면 배달해주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소비자 지향적'이며 판매원과 대화가 가능한 쌍방향적인 특징이 있다.

항상 구매자들의 욕구를 포착하기 위해 홈쇼핑 광고는 물건을 사용해보고 구매자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이루어진다. 홈쇼핑의 고객층이 대부분 주부임을 고려해 쇼 호스트들도 대부분 중년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에서도 구매자의 시선에 눈높이를 맞추려는 홈쇼핑의 노력을 알 수 있다.

▲ 홈쇼핑 방송 모습
ⓒ2005 kyounghee.net

부풀리기 난무하는 홈쇼핑

그러나 이런 홈쇼핑을 외국에서는 70년대에 시작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에 매우 늦게 출발하였다. 그래서인지 이런 거대한 시장 규모에 비해 사람들의 인식이나 제도적인 허점이 많다.

이런 맹점을 노린 홈쇼핑의 허위 과장광고로 소비자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먼저 90분 광고에 4000여명이 신청하여 2003년 10월 캐나다 이민 상품이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현지 이민 조건은 사실과 매우 달랐고 이에 캐나다 정부는 이의를 제기하였다. 결국 해당 이민 알선 업체는 같은 해 11월 12일까지 마니토바주 정부에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했다.

이것 외에도 작년에 CJ홈쇼핑은 로뎀 화장품을 판매하면서 부당광고를 한 혐의로 2억4000만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CJ 홈쇼핑은 화장품에 비타민C가 포함돼 있는 것처럼 허위 광고를 했고, 객관적 근거 없이 피부재생을 도와준다고 허위 사실을 강조하며 소비자에게 구입을 부추겼다.

또 해외 수입화장품은 정작 현지에선 찾아 볼 수가 없는 경우도 많았고, 농산물이나 육류에서 원산지를 속이며 서민들의 식탁까지 위협하는 사례도 있다.

2001년 이후 홈쇼핑 방송이 방송심의위원회에게 허위 과장광고로 지적 받은 것은 700건 이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과장 허위광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홈쇼핑 광고가 자체심의제와 사후심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CJ홈쇼핑에서는 방송출연자가 과장된 내용이나 충동구매를 조장하는 발언을 했을 경우 '주의', '경고'를 거쳐 3회째 방송에서 퇴출시키는 '삼진 아웃제'를 실행하고 있다. 또한 LG홈쇼핑은 벌점제를 사용해 인사에 반영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허위광고 뿐만 아니라 마감시간을 강조하거나, 주문 전화 폭주와 같은 메시지를 이용하여 구매자들의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그리고 매출액과 시청률이 곧바로 직결되는 만큼 심야의 란제리 광고에서 볼 수 있듯이 선정적인 요소 또한 많다.

기대와 숙제를 가득 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비'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은 과대한 경쟁과 막대한 이윤추구를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소비하도록 부추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갑을 여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필요로 물건을 사기보단 주입된 이미지에 따라 물건을 집어든다.

이런 광고 추세에 비해 그래도 홈쇼핑은 물건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쇼핑 광고는 소비자의 시선으로 소비자들의 실제 상품 사용 행위에 관심을 갖는다. 이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은 상품 자체에 의문 나는 점들을 해소할 수 있다. 결국 홈쇼핑광고는 소비자에게 다시 소비행위에서의 선택과 비교를 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이것은 홈쇼핑 자체에서 왜곡된 제품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를 엄격히 규제하는 전제 아래 이루어진다. 현재는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과대 허위정보를 전달하고, 소비자들의 명확한 판단을 방해한다.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

현대 사회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이 보편화되며, 삶은 더욱 더 자동화되고 편리해진다. 이런 사회 모습에 맞춘 홈쇼핑은 앞으로도 더욱더 규모가 커질 것이다. 소비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매출액에 연연하기보다는 진실로 소비자의 마음으로 방송하는 홈쇼핑이 되길 바란다.
출처 :소비자경보  |  글쓴이 : 소비자옴브즈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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