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바드 x 쟈파르]
"쟈파르."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서류 위에서 바삐 움직이던 펜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살며시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얼굴 가득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저를 노려보는 그의 모습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마저 업무를 보셔야죠. 다시 고개를 숙이며 서류에 시선을 돌리자 그는 요리조리 쟈파르의 얼굴을 살피기 시작했다. 쟈파르, 너 얼굴이 좀 붉은 것 같은데. 신드바드의 말에 쟈파르는 움찔 몸을 떨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펜을 움직였다. 그럴 리가요. 결국 참다못한 신드바드는 쟈파르의 턱 끝을 들어올렸다. 너, 열 있어? 그의 말에 쟈파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 거 아닙니다. 휙,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며 다시 서류로 시선을 돌리자 신드바드는 흐음, 하고 신음했다. 그런 그의 태도에 쟈파르는 조금 수상쩍었지만, 오늘만 해도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잔뜩 쌓여 있었기에 감기기운이 좀 있는 듯 했지만 쉽사리 펜을 놓지 못했다. 벌써 밝은 달은 하늘 끝에 매달려있고, 그 주위를 수많은 별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넓은 백양탑에는 쟈파르와 그의 왕인 신드바드뿐이었다. 다른 문관들은 다들 침소에 들어 간지 오래였고, 아직 마저 남은 일처리를 위해 백양탑에 남아있던 것을 눈치 챈 신드바드가 그를 찾아 백양탑으로 직접 발을 옮겼다.
털썩, 의자를 끌고 와 쟈파르의 맞은편에 앉은 신드바드는 턱을 괴고는 찬찬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고개를 숙인 채 서류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이었지만, 분명 자신을 의식하고 있을 것이었다. 펜을 반듯하게 쥔 손가락이며, 꽁꽁 감추었지만 소매 안이라 던지 단추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속살은 무척 희고 고았다. 꾹 다문 입술은 금욕적으로 보이게끔 하였고, 의무적으로 움직이는 펜의 움직임과 콧잔등에 옅게 퍼진 주근깨는 늘 보는 자신의 충실한 정무관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뭔가 달랐다. 평소보다 몸이 움츠러들었고, 열이 오른 듯 두 뺨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추운 것인가. 아무리 남쪽나라의 신드리아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밤공기는 쌀쌀했기에 관복하나만을 입고 돌아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게다가 며칠째 밤샘을 하고 있으니 몸이 쉽게 지친 탓도 있는 것이겠지. 그리 생각하며 신드바드는 그의 모습을 살폈다. 여전히 서류에 집중한 채 펜을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수도 없이 보아왔다. 그는 부지런하고 유능하였기에 자신이 나라를 비우고 있는 순간조차 전혀 부족함 없이 국사를 돌볼 정도였다. 하지만 가끔, 그런 쟈파르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착잡했다. 조금은…기대거나 투정을 부릴 법도 한데. 펜을 내려놓은 쟈파르가 그를 바라보았다. 신, 어서 들어가 주무셔야죠. 그의 말에 신드바드는 굳혔던 얼굴을 폈다. 쟈파르랑 같이 갈래. 아이같은 그의 말에 쟈파르는 졌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서류를 한 쪽으로 치웠다. 그럼 돌아가도록 해요. 신의 말대로 열이 좀 있는 것 같기도 하니 일찍 쉬어야겠네요. 그의 말에 신드바드는 얼굴에 미소를 그리며 앞장섰다.
"그럼 오늘은 내 방에서 잘래?"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죠."
슬럼프는 똥이야!! 슬럼프는 똥이라고!! 똥 발싸ㅏㅏ!!!
집 나간 줄 알았던 슬럼프가 죽지도 않고 또 찾아왔습니다. 힘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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